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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0-12
  • 천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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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얼굴이 되고, 철학이 존재가 되게 하는 허회태 작가이다. 

허회태 화백

허 작가는 자신의 얼굴을 직접 그리는 대신, 한지 위에 자신의 담론과 철학을 붓글씨로 기록하고, 이를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분절한 뒤 재구성하여 자화상을 완성한다. 담론ㆍ철학의 붓글씨 조각들이다 

서로가 서로에 기대어 형성된 작품

이번 작품은 단순히 한지 조각을 모아 만든 추상 작품이 아니다. 작가 자신의 담론과 철학을 붓글씨로 기록하고, 그 글씨를 수많은 조각으로 분절한 뒤, 서로 기대고 연결하여 하나의 거대한 형상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조형적 의미를 지닌다.

허회태 작가 자화상,  한지 붓글씨 조각 120x90cm

허 작가의 작품은 마음을 그린 그림이 아니다. 마음을 이루는 수많은 사유의 흔적을 모아 하나의 조형적 세계로 구현한 작품이다.

자신의 담론과 철학을 붓글씨로 한지 위에 기록하고, 그 기록을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다시 하나의 형상으로 구축한다. 글씨는 더 이상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잘게 분절되어 조형의 단위가 되고, 서로 연결되며 입체적 질서와 시각적 생명력을 형성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글씨가 조각이 되고, 조각이 모여 형상이 되며, 형상 속에서 다시 철학이 읽힌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통 서예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자적인 조형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S 대기업 사장 초상화, 100x90cm 한지 붓글씨 조각

서로 기대어 이루는 세계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수많은 붓글씨 조각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 각각의 조각은 저마다 독립적인 흔적을 지니지만, 어느 하나만으로는 전체 작품의 의미를 완성하지 못한다.

작은 조각들은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구상 형상을 이룬다.

이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경험을 지닌 독립적인 존재이지만,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를 지지할 때 더 큰 공동체를 형성한다.

H갤러리 관장 초상화, 100x90cm 한지 붓글씨 조각

작가는 이와 같은 관계의 원리를 조형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을 구성하는 조각들의 관계는 곧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들의 관계에 대한 은유다.

서로 다른 흔적들이 하나의 질서 속에서 공존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개별성과 공동체성의 조화를 함께 이야기한다.

허 작가 작품에서 단순한 언어적 해석을 넘어선다.

靑龍圖162x130cm, 한지 붓글씨 조각

사람의 마음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생각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아래에는 오랜 경험과 기억, 철학과 성찰이 겹겹이 쌓여 있다. 하나의 마음속에 또 다른 마음이 있고, 그 마음속에는 다시 헤아릴 수 없는 생각의 층위가 존재한다.

작가는 이러한 내면의 중층적 구조를 수많은 글씨 조각의 집합으로 표현한다.

착한 천품卯, 80x130cm 2p 한지 붓글씨 조각

멀리서 보면 하나의 응집된 형상이 나타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무수한 개별 흔적이 드러난다. 하나의 형상 안에 수많은 글씨가 있고, 수많은 글씨 안에는 작가의 사유가 담겨 있다. 이러한 시각적 경험은 자연스럽게 호응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대상을 직접 묘사하면서도 내면의 깊이와 확장성을 전달한다는 점이며, 그 안에 생명력과 변화의 감각을 더한다.

결과적으로 허 작가 작품은 서예에서 출발하여 회화와 조각의 경계로 나아간다. 따라서 허회태 작가의 조형적 시도는 붓글씨의 기능을 새롭게 설정했다는 점이다.

玄虎象 130x120cm 한지 붓글씨 조각

전통 서예에서 글씨는 필획의 기세와 운필의 리듬, 먹의 농담과 여백을 통해 미적 가치를 형성한다. 반면 이 작품에서 글씨는 개별적인 필획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형상을 구축하는 조형적 재료로 기능한다.

글씨를 쓰는 행위는 작품의 시작이지만, 거기서 작업이 끝나지는 않는다.

작가는 자신의 철학을 기록한 한지를 작은 단위로 분절하고, 그것들을 다시 배열하고 축적하여 새로운 시각적 질서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글씨는 읽히는 문자이면서 동시에 바라보는 이미지가 되고, 다시 공간감과 밀도를 형성하는 조형 요소로 전환된다.

이러한 작업은 전통 서예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표현의 범위를 회화적 구성과 입체적 조형의 영역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개별 조각의 집합이 전체 형상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작가의 철학을 단순히 작품의 내용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제작 방식 자체에 새겨 넣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철학을 글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철학이 조형의 원리가 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품은 완성된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이다.

수많은 조각은 각각의 제작 행위를 담고 있고, 그 조각들의 집합은 오랜 시간 지속된 작가의 정신적·육체적 수행을 드러낸다.

작가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조각을 만든 것이 아니라, 마음을 이루는 수많은 생각과 시간을 조각으로 쌓아 올린 것이다.

미술평론의 관점에서 본 작품의 성취와 과제는 개념과 형식의 일치이다.실제 조형 원리로 작동한다는 점이며 독자적인 재료 운용이다.

한지에 쓴 철학적 담론을 분절하여 다시 조합하는 방식은 작가의 사유와 노동을 한 작품 안에 결합한다. 이 작업의 가치는 단순히 조각이 많다는 데 있지 않다. 무엇을 기록하고, 어떻게 분절하며, 어떤 관계로 재구성하느냐에 특징이며,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의 감상 차이이다.

가까이에서는 글씨의 개별 흔적과 세밀한 질감이 보이고, 거리를 두면 전체의 형상이 드러난다. 이러한 이중적인 감상 구조는 관람자가 작품 앞에서 이동하고 머무르도록 유도하고있다는 것이다.

다만 작품의 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관람자에게는 세밀한 조각의 집합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작가가 전달하려는 철학은 뒤늦게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글씨는 언어의 영역을 넘어 시각적 이미지가 되고, 개별 조각은 독립적인 흔적을 넘어 전체를 구성하는 관계의 단위가 된다. 작품을 이루는 조각들은 서로 기대어 하나의 형상을 완성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허회태 작가가 추구해 온 철학적 서예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지와 붓글씨를 활용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지속적으로 탐구한 결과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허 작가는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작품이 되듯, 우리의 작은 마음들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 작품세계관을 말한다.

허 작가의 철학이 작품의 내용에만 머물지 않고, 작품을 이루는 방식 자체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관람객은 작품의 의미를 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조각이 하나의 형상을 이루는 모습을 직접 바라보며 그 의미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편 허회태 작가는 지난 1995년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미국 5개 갤러리 초대 순회 허회태 개인전 ▷스웨덴국립박물관 초대 허회태 특별전 ▷슬로바키아 정부 초대 허회태 개인전으로 국내외에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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