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치학교 9기 원우들이 9월 30일 오후 5시 국회의원 회관 302호 세미나실에서 같은 9기 출신 정태호 국회의원을 모시고 ‘성공한 대한민국 불행한 국민, 우리는 왜 불평등한가?’라는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원우들.
정책간담회에 조장곤 9기 회장을 비롯하여 이기우 고문, 김성수, 김지은, 김영신, 노인용, 윤종환, 박병우, 김원진, 민성호, 정수욱, 신대훈, 이재호, 김수경, 황선국, 이혜진, 김성범, 김승기, 이풍세, 전예슬, 천병선 등 20여 원우가 참석한 가운데 1시간여에 걸쳐 뜻깊은 강연이 진행됐다.
김대중정치학교 9기 정치아카데미 강연에서 제기된 ‘불평등’과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과제 조명
“대한민국은 성공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됐습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요?”
정태호 국회의원
김대중정치학교 9기 정치아카데미 강연에서 정태호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이 이룬 경제적 성취와 국민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주목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경제·민주주의·복지·남북관계·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큰 발전을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불평등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연의 핵심 화두는 ‘성공한 대한민국’과 ‘행복하지 않은 국민’ 사이의 간극이었다. 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상은 크게 높아졌지만, 국민 개개인이 체감하는 삶의 질과 사회적 연대는 그에 걸맞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 문제를 단순한 소득 격차가 아니라 교육·자산·주거·건강 등 삶의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는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김대중 대통령의 설계도 위에 있다”
정태호 국회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출발점과 경험을 소개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27세 때 평민당 관악을 지구당에서 봉사부장으로 정치를 시작한 이후 김대중 대통령 인수위원회,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원회, 노무현 정부 시 청와대 근무 및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일자리 수석 등을 거쳤고,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 과정에서도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정 의원이 특히 강조한 것은 김대중 정부가 대한민국의 현재를 구성하는 여러 정책적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육성한 정책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인공지능과 첨단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토대가 됐으며, 생산적 복지를 바탕으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한국 복지정책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평화정책,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자율성 확대 역시 김대중 정부의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했다.
특히 문화정책과 관련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과거 영화에 대한 검열과 규제가 존재하던 상황에서 문화산업의 자율성을 확대했고, 이후 한국 영화와 한류가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이를 종합해 “현재의 대한민국은 김대중 대통령이 그려놓은 설계도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후 노무현·문재인 정부 등을 거치면서 그 틀이 확장되고 발전해 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 의원은 민주당이 이러한 역사적 가치와 정체성을 얼마나 충실히 계승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당 내부의 갈등이 정책과 노선에 대한 논쟁보다는 세력 간 경쟁이나 진영 간 충돌로 나타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정당의 강령과 정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정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는 성공했지만 국민은 행복한가?
그가 던진 두 번째 질문은 보다 근본적이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됐는데 왜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은가?”
한국은 경제성장과 산업 발전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 규모를 갖추게 됐다. 해외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우려는 요구를 받는 상황도 많아졌다고 그는 회고했다.
하지만 국내로 돌아오면 정치가 직면하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주거와 일자리, 교육, 노후, 건강 등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불안이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연에서 소개된 통계 가운데 특히 주목한 것은 국민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관한 지표였다.
그는 최근 통계청 조사에서 상당수 국민이 평소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경제적 성장만으로 국민의 삶이 자동적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 청년 정책 현장에서 만난 한 청년의 사례도 소개했다. 가족과 친구가 있음에도 외부와의 관계를 끊은 채 지내던 청년이 며칠 동안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로 청년지원센터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이 사례를 통해 사회적 고립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정책적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일본 등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국가적 의제로 다루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불평등은 소득에서 교육·자산·건강으로 확대된다
정 의원이 가장 심각하게 바라본 문제는 불평등이었다.
그는 소득의 차이가 자산의 차이로 이어지고, 다시 교육과 주거의 격차로 확대되며 최근에는 건강 격차로까지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며 소득이 충분한 계층이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갖는 반면, 소득이 낮은 계층은 자산 형성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역시 중요한 문제로 제시됐다.
강연에서는 일부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 그리고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는 교육 경로가 부모의 경제력과 연결되면서 ‘부의 세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소개됐다.
그는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했던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사회를 물려줘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청년들에게 오히려 더 심각한 불평등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 격차 역시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소득 수준에 따라 암 검진 등 기본적인 예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에서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불평등은 단순히 ‘돈이 얼마나 많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받을 기회, 좋은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기회, 건강을 지킬 기회, 자산을 축적할 기회 등 삶의 전 영역에서 나타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재정이 불평등 완화에 제대로 역할을 해야”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태호 의원은 해법의 핵심으로 ‘재정의 역할’을 꼽았다.
경제학에서 정부 재정은 자원 배분, 소득 재분배, 경기 안정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이 가운데 특히 소득 재분배 기능을 통해 시장에서 발생한 격차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정 규모와 조세 부담 수준을 고려하면 정부가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과 정부 재정 규모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재정을 통한 불평등 완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재정의 규모와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증세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정치적 부담이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 가운데 어느 하나를 크게 올리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영업자에게는 세금 부담이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법인세는 기업의 국제 경쟁력과 연결되며, 소득세는 근로소득자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정치권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는 재정 확대와 증세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실제 법안을 제출할 때는 세액공제 등 감세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 역시 정치 현실 속에서 이러한 모순을 경험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재정과 조세 문제를 보다 정직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국가 의제
그가 불평등 문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틀은 ‘지속가능발전’이다.
유엔은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채택하고 경제·사회·환경 등 17개 분야에서 국가별 목표를 설정했다. 각국은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그 성과를 국제사회에 보고하고 있다.
정 의원은 한국의 지속가능발전 관련 국제평가에서 순위가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불평등과 기후변화 대응이 한국의 지속가능발전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성장 자체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민의 삶이 함께 나아지고, 사회적 격차가 줄어들며, 미래 세대가 현재 세대보다 더 나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그는 국회에서 ‘불평등 완화 기본법안’을 발의했다고 소개했다.
법안에는 국무총리 소속 불평등완화위원회를 설치하고, 5년마다 불평등 완화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소득·자산·교육·건강·주거 등 분야별 불평등 지표를 개발·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국가가 불평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성공한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국민으로”
강연의 마지막 메시지는 결국 ‘국민의 행복’이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경험했고,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우려는 국가들도 늘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성과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소득 격차가 자산 격차로, 교육 격차로, 주거 격차로, 건강 격차로 이어진다면 경제성장의 숫자만으로 대한민국의 성공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강연의 결론이다.
정태호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는 것이 단순히 과거의 정책을 반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복지, 평화, 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는 그 성과가 국민 모두의 삶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불평등의 완화’라는 과제로 규정했다.
“성공한 대한민국이 행복한 국민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것이 정태호 국회의원이 김대중정치학교 원우들에게 던진 마지막 메시지였다.
경제 규모와 국가 경쟁력만으로는 완성된 대한민국이라고 할 수 없다. 성장의 성과가 국민의 삶에 고르게 연결되고,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으며, 누구나 교육과 주거와 건강에서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오늘날 김대중 정신을 이어가는 정치가 고민해야 할 새로운 과제라고 강조했다.
강연을 마치고 국회 앞 ‘일미’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삼겹살을 안주삼아 소주와 맥주, 막걸리를 나눠마시며 모처럼 정다운 대화를 나누었다.
조장곤 회장
이 자리에서 조장곤 회장은 “다른 기수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정책세미나를 우리 9기가 단합된 힘으로 개최한 것은 여기 함께한 모든 원우들의 덕분이다”며 “9기는 서예반, 등산반, 골프반 등 다양한 소모임이 결성되어 있는데 이런 모임을 통해 더 단합된 9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뜻깊은 시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