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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0-23
  • 한형동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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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지러우면 훌륭한 장수가 생각나고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가 그립다(國難思良將 家貧思良妻).”이는 중국 고전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말로써 난세의 국가위기나 가사의 빈곤상황에서는 유능한 리더십과 지혜로운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형동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요즘 우리 정치사회의 현실을 보면 과거에 보지 못한 희대의 정치 촌극과 난맥상들이 우리 정신을 대혼돈(chaos)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국가의 목적이 국민에게 자급자족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헌데 오늘의 우리 정치는 국민에게 행복감을 주기는 커녕 분노와 혐오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의 윤리학교수 잉글하트는 “민주주의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수립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수준이 있는 국민들이 민주주의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를 4류로 전락시킨 우리 국민들 스스로의 수준을 성찰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여기서 우리 정치현황을 보자. 야당은 눈만 뜨면 대통령과 장관(급)탄핵, 특검놀음에 정신이 없다. 더욱 가증스런 것은 야당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마저 탄핵을 한단다. 이런 치졸하고 비열한 정치적 횡포가 어디에 있단말인가? 오늘날 대통령 탄핵주장이 여반장처럼 손쉽게 나오는 이유는 한나라당 일부 정상배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전과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 부모가 실수로 범행을 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과 똑 같은 우를 범한 배신자들이다. 

대통령 탄핵은 내우외환이나 심대한 헌법 및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 한한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헌정 중단으로 외교 안보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의 엄청난 불안을 가져와 국가 신인도는 추락하고 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입게된다. 따라서 설혹 대통령이 다소 위법하거나 실정을 했다고 해서 그리 경솔하게 탄핵카드를 쓰는 것은 절대 삼가해야 할 것이다. 국리민복을 위해 야당은 물론 어떤 세력도 망국의 길로 가는 탄핵놀이를 당장 중단하고, 타협과 가능성의 예술인 정치의 본령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한편, 요즘 국회는 이런 난장판이 없다. 여야 의원들간의 고성과 야유, 저질성 발언이 난무한다. 국가발전과 민생을 위한 정책대안이나 비전제시는 전무하다. 그저 정권쟁취를 위한 투쟁만이 무대에 올려진다. 특히 고성과 인격모독 등을 일삼는 자들은 과거 범죄나 비리등 악의 훈장을 달았던 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대목에서 “정치란 범죄계급 중에서도 특히 저속한 족속들이 즐기는 생계수단”이라고 말한 언어학자 엠브로스 비어스의 명언이 빛을 발한다. 청문회라는 명분으로 의원들은 증인이나 참고인들을 죄인 취급하며 윽박지르고 인권을 모독한다. 게다가 상임위원장이라는 자는 혁명군이나 인공시대 완장 찬 사람인양 해병대 사단장과 전직 장관까지도 “복도에 나가 반성하고 들어오라”는 비상식적 폭거를 신성한 국회에서 자행한다. 그렇다고 “예”하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자들은 또 누구인가. 역시 함량 미달의 장관이고 장군이었다. 그런 인격모독을 당하면 응당 “내가 증인으로 필요없다면 돌아가겠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퇴장했어야 했다. 프랑스 명장 캉브론은 영국군에 패전하여 항복을 요구받자 “나와 프랑스 근위대는 죽을 지언정 항복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것이 군인의 기개요 자세다.

그런가 하면, 여권이 잘하는 것도 별로없다. 대통령은 불통과 독선이라는 프레임속에 갇힌채 외통수 고집 정책을 강행하여 의료대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김 여사 디올백 사건도 일찍이 사과하고, 곧 바로 목회자의 탈을 쓴 사악한 최 목사의 공작적 범죄행위를 철저히 조사하여 엄단했어야 했다.

또한 대통령 부인이 이토록 정쟁의 중심에 선 일은 없었다. 영부인이 잦은 접촉을 했다가 사달이 난 대상 인물들을 보면, 3류 기레기, 사이비 종교인, 정체불명의 정치브로커 등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국정농단이라 질타하고, 국민들은 경악과 스트레스를 함께 느끼고 있다. 중국고전 상서(尙書)에 ”암닭이 새벽을 알리면 집안이 망한다(牝鷄之晨,惟家之索)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여권(女權)이 신장된 현대에서는 부적절한 말이나 영부인에게는 약이 될만한 명언으로 보인다. 이제 제발 좀 일거수 일투족을 신중히 해서 이 난세에 풍악을 울리는 행위는 삼가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명태균이라는 3류 정치브로커가 나와 대통령부인과 영적 내통을 한다며 통화내용을 공개하면서 대통령 탄핵의 스모킹건을 쥐고 있는양 언론과 정계를 희롱하고 있다. 우리 저급한 정치인들 수준을 웅변하며 정치쇼의 진수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4류정치 소리를 듣는 정치판 명성에 화려한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같은 여당에서 대통령과 당의 당수가 이렇게 대립하는 경우도 기이한 현상이다. 내 갈길만 가겠다는 대통령과 민심만을 앞세우는 여당 대표는 정치의 정석인 포용과 타협은 아랑곳 없이 치킨게임(chichen game)을 하고 있다. 아니 20%대의 대통령 지지율과 야권의 탄핵 공격이라는 포화 속에서 함께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인데 대통령과 여당 당수가 힘겨루기나 하고 있으니 이들은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는 있는지 의문이다. 이들에게는 ‘공도동망(共倒同亡: 함께 넘어지고 같이 망한다)’ 이라는 말을 선사하고 싶을 뿐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제시한 의료인 윤리강령인‘히포크라테스 선서(Hippocratic Oath)’는 “나는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식이요법을 사용할 것이며, 환자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의를 행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맹세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의사들은 자기 밥그릇 투쟁에만 몰두하며 환자를 버리고 나가 고귀한 생명을 돌보지 않고 있다. 이는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구실로 한 범죄행위에 다름없다. 우리의 의료계 현실을 보면, 의대생 정원 증가와 필수 및 지역의료 강화는 현실적 시대적 요구이다. 하지만 정부도 의대생 정원 증가수 2천명만을 고집하며 의사들과의 타협을 거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통령은 의료인들과의 대 타협을 통해 조속히 의료대란을 해결하여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J.R 실리는 “역사는 과거의 정치고 정치는 현재의 역사다” 라고 했다. 부디 우리 정치인들은 현재의 역사를 정의롭고 민생을 풍요롭게 써나가길 바란다. 특히 잘난척하는 정치인들은 카뮈의 “위대하지도 못한 사람들이 인류의 운명과 정치를 좌우한다. 위대한 인물들은 정치에 뛰어들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되새겨, 자기가 잘나서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겸허한 공복으로서 품위있고 생산적인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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