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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26
  • 한형동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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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덕이 있어야 선정을 펼칠 수 있고, 정치는 그 목적이 백성을 잘 봉양하는데 있다(德惟善政 政在養民)”.

한형동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이는 치국수신의 바이블 서경(書經)에 나오는 명언이다. 요즘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여야는 선거에 대비한 정책이슈 선점에 각축을 벌리며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정치를 잘 한다는 것은 정의롭고 공정한 방법을 통해 국리민복을 구현하는 좋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우리나라는 과연 중요한 국가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집행해 오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대 정책학에서 '정책이란 “정부가 바람직한 사회상태를 만들기 위해 공공문제를 해결하고, 공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전략”이라고 정의'한다. 정책을 수립할 때는 정책의 3대 구성요소인 정책목표, 정책수단, 정책대상 집단을 유기적으로 검토한 후, 분석적 계층화 방법이나 비용편익분석 방법 등을 통해 각 대안들을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책들은 중앙정부나 지자체를 막론하고 대부분 비전문가인 정치인들의 공명심과 포퓰리즘에 기반하여 졸속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정책실패, 즉 정부실패의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 개탄스럽다.

예를 들어 남북통일은 여건상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명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가 마치 자기 임기 내에 통일을 이룰 것처럼 서두르고 선언하며, 정치에 이용하는데 급급했다. 결과는 모두 빗나가 국론분열과 남북간 불신만을 고조시켰다. 이는 북한집단의 유일체제와 폐쇄성, 독재의 견고성에 대한 오판에서 비롯된 정책실패로 평가된다.

정책실패의 요인은 주로 정부가 정부 개입의 특성인 초과수요의 위험성을 간과하거나 정치인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논리에 기인한다. 과거 의보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의보통합이나 시화호 사업, 청주 신공항 등은 정책수단의 오용과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해 실패했다.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정책은 솔직히 정치가들이 국가 백년대계의 관점이 아니라 당장 자기들의 정권 창출에 이용하기 위해 추진한 측면이 크다. 이 정책은 당초의 신도시 건설 목적인 인구 과밀화 및 경제력 집중해소와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정책목표가 달성되지 못했다. 오히려 애꿎은 공무원들만 이산가족 만들거나, 세종시 주민 몇 명들과 아파트 투기한 공무원들의 배만 불리는 부작용이 컸다.

이 세종시 건설은 원래 노무현 대통령이 실토했듯이 대통령 선거에서 재미를 본 정책이다. 포퓰리즘을 이용한 선거전략의 도구였다. 요즘은 야당에서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미명하에 대통령실, 국회 등을 모조리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책을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최근 각국이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메가시티를 추진하는 추세인데, 이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후진국에서 주로 행해졌던 정책이나 별로 성공한 적이 없다. 심지어 선진국인 일본 토쿄가 수십년동안 행정수도 이전을 검토했으나, 천문학적인 비용과 메가시티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트랜드에 밀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한편, 정치인들의 선거공학적 계산에 의해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어떤가? 수많은 세계적 전문가들이 김해공항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는 것이 경제성과 안전성면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위정자들은 이 주장을 배척하고 정치적 논리로 이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무려 13조 7천억원을 들여 김해공항에서 불과6.5키로 밖에 안 떨어진 곳에 신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국력소모를 초래하는 선거를 위한 포퓰리즘일 뿐이다. 바다와 사막뿐인 두바이가 금융, 관광 ,무역 허브에 역점을 두고 항만도시 개발에 성공하여 ‘미래항만의 교과서’가 되고있다. 부산도 두바이 항만 개발 사례를 배워야 한다. 즉 가덕도 신 공항보다는 상하이에 넘겨준 물동량 확보와 두바이의 ‘팜아일랜드’나 ‘두바이 월드’ 와 같은 세계적 관광자산 개발에 정책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지자체들이 정책의 개념도 모르면서 자기 지역에 하루에 2명도 안 오는 대형 박물관과 도서관 등을 건설하여 지방재정을 낭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모두가 무정책과 무비판적인 포퓰리즘에서 나오는 국력의 낭비다.

플라톤은 “민주주의가 대중을 속이고, 대중들은 귀에 달콤한 유혹을 하면 쉽게 넘어간다”며, 현대의 포퓰리즘을 예견한 바 있다. 포퓰리즘은 현대 민주주의의를 위기로 몰아가는 큰 병리현상이 되고 있다. 우리는 남미제국과 그리스 등에서 이미 이 망국적 포퓰리즘을 목도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어리석은 국민이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영달과 집권을 위해 던지는 천박하고 국가발전에 위해로운 포퓰리즘 미끼에 현혹되어 그들에게 표를 주고 있다.

특히 선거에 임박해서 청년과 노인 등을 위해 현금 지원을 약속하는 유치한 술수에 넘어 가기 일수다. 정치가들이란 권력에 대한 의지를 감춘채 고상한 ‘애국’이라는 외투를 입고, 때로는 강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속아 포퓰리즘에 호응하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을 좀비의 천국으로 만들어 우리의 미래세대를 죽이는 중대한 실수다.

한편 국가의 주요 정책목표는 중대성과 우선 순위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 명운이 걸린 가장 중요한 정책은 바로 인구증가를 위한 대책이다. 우리나라 출산률은 0.7%로서 세계 최 하위에 있다. 이로 인해 국가가 소멸한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들도 정책목표의 최 우선 순위를 인구증가 대책에 두고 불요불급한 곳에 낭비하지 말고, 인구 증가 대책에 총력을 집중해야한다. 육아, 교육, 주거, 복지, 만혼풍조 등 제반 저출산 요인들을 종합 검토하여, 효과적인 정책을 개발, 시행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나 지방정부의 정책은 후임자가 일단 합리적인 평가를 해보고, 좋은 정책은 승계하고, 문제가 있는 것은 폐기 또는 수정보완을 해야 한다. 전 정부 또는 전임 시도지사의 정책이라하여 무조건 폐기하는 것은 국력의 낭비이다. 독일은 이념을 달리하는 역대 정부들이 교체되어도 좋은 정책은 그대로 승계한다는 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찍이 한나라 사상가 왕충(王忠)은 “집이 새는 것을 아는 자는 지붕 밑에 있고, 정치가 잘 못된 것을 아는 자는 초야에 묻혀있다”고 했다. 국민들이 정치를 알고 항시 감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가능성의 예술인 정치를 포퓰리즘에 의존하지 말고, 혁신과 창조의 정책개발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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